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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처음 모래조각할 땐 미쳤다 했는데 이젠 상설전시장까지”

등록 : 2019-01-17 18:52 수정 : 2019-01-1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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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모래조각가 김길만씨

김길만씨가 경남 양산의 웅상 모래조각 공원에서 자신의 작품 ’어린왕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곽윤섭 선임기자

나무젓가락을 든 그의 손이 쓱쓱 모래 언덕을 쓸어나가자 별과 소나무와 인어공주 형상이 서서히 나타났다. 이 창조행위의 주인공은 모래조각가 김길만(60)씨다. 김씨는 32년째 주말마다 모래조각 작업을 해왔다. 지난 9일 경남 양산시 명동공원에서 김씨를 만나 모래조각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모래조각을 시작한 시기는 1987년 무렵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가의 꿈을 키우고 있었으나 어려운 형편 때문에 포기하고 있던 참이었다. 친구와 함께 부산 해운대 바닷가를 거닐다가 우연히 모래를 만져봤는데 부드러운 감촉이 좋았다고 한다. 심심풀이로 처음 만든 게 인어였다. ‘내가 그림만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 조각에도 소질이 있었구나’는 생각이 스쳤단다. 그날부터 김씨는 모래조각에 빠져들었다.

백사장이 캔버스였고 물감도 필요 없으니 재료비도 들지 않았다. 처음엔 “만들고 나면 없어지는 걸 그렇게 고생해서 뭐하느냐?”는 핀잔을 주변에서 듣기도 했다. 그 말도 맞는 것 같았으나 취미인데 뭐 어떠랴 싶었단다. “어떤 지인은 ‘연극도 그렇고 뮤지컬도 그런 것이 끝나면 다 없어지는 것 아니냐?’고 했어요. 그 말도 맞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하게 되었죠.”

처음부터 나무젓가락을 쓴 것은 아니었다. 시작은 맨손이었다. 어느 날 백사장을 지나가던 여자 아이가 핫도그를 먹고 남는 젓가락을 툭 던졌는데 그게 그 앞에 떨어졌단다. “젓가락을 주워들고 모래를 쓸어보았더니 기가 막히게 좋았다. 그날부터 나무젓가락 김길만이 탄생했다. 젓가락은 곡선을 처리하는데 탁월하더라. 그 아이 덕분이다”며 그는 껄껄 웃었다.

“모래조각 축제가 생겨 외국 작가들이 한국 행사에 오면서 그들 작업을 보고 배운 점이 많아요. 조소칼 같은 조각 도구를 사용하더군요. 싱가포르 작가는 14가지 도구를 썼는데 나를 보더니 깜짝 놀라더군요. 나무젓가락으로 모래조각하는 사람은 세상에서 처음 봤다면서요.”

세월이 지나 점점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모래조각에 대한 인식이 바뀌며 미술의 한 장르로 인식되고 있단다. “밥 먹고 할 일 없는 사람”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말도 했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만들면서 무너지고 또 무너지고… 물을 어느 부분에 얼마나 줘야하는지 조금씩 터득해갔다. 그의 옛 작품 사진을 보면 인물에 눈, 코, 입이 없다. “어떻게 할지 몰랐죠. 습작 시절엔 완성도가 떨어졌어요. 1992년 정도에야 디테일한 묘사가 가능해졌죠.”

부드러운 모래 감촉 좋아
32년 전 해운대 바닷가서 시작
나무젓가락 사용해 1천여점 창작
미술 교과서에도 6차례 실려

‘해운대 말고 동네서 작업하시길’
양산시 최근 작업장 만들어 ‘초빙’

광복절 기념행사에 초청을 받아 1998년 중국 룽징과 2000년 미국 시카고에서도 모래조각 작품시연을 했다. 시카고 일간 <시카고 선 타임스> 1면에 “한국에서 온 모래조각가”로 소개되었고 작품사진도 실렸다. 2013년 중 1 미술교과서에 모래조각 작품이 수록된 것을 시작으로 교과서에 실린 것만 6차례란다. 부산비엔날레 초청 작가로도 활약했다. 그동안 전국 각지의 축제 등 행사장에서 만든 작품이 천 점을 넘는다.

김씨의 모래 조각 작업은 미국 시카고 현지 신문 1면에 실리기도 했다. 위는 미국에서 김씨가 만든 작품을 현지인들이 촬영하고 있는 모습.

최근 그에게 경사가 생겼다. 그가 사는 양산시에서 ‘꼭 해운대까지 가서 모래조각을 해야 할 이유가 없다. 양산시에 모래조각 테마파크를 만들 터이니 거기서 작업하면 어떻겠느냐?’고 그에게 제안한 것이다.

지난달 20일 양산 웅상 명동공원에 조각공원 겸 작업장이 만들어졌고 그의 작품 두 점도 상설 전시되고 있다. ‘어린왕자, 웅상별에 오다. 모래조각가 김길만 작가와 함께하는 모래조각 전시.’ 전시장에 걸린 플래카드 문구다.

그는 오는 6월 직장에서 정년퇴임을 한다. “그간은 주말작가였다면 이젠 조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대단히 좋아요. 명동공원에 상설 전시할 작품을 몇 개 더 만들고 모래조각 체험교실도 운영할 생각입니다. 해운대에선 만들고 나면 바닷물이 들어오니 그 다음날이면 사라졌는데 이곳에선 오래 보존이 될 수 있어 그게 너무 좋아요. 시도 적극적입니다.”

모래로 된 작품이 얼마나 오래 가는지 궁금했다. “목공용 풀을 물과 섞어 모래조각에 코팅을 해두면 길게는 서너 달도 갑니다. 수시로 관리해주면 더 길게 갈 수도 있죠.” 덧붙였다. “누군가로부터 ‘모래에 미친 사람’이란 말을 들었던 것이 내 작품 활동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해요. 무슨 일이든 미치지 않고선 결코 이루어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인터뷰를 마치고 악수를 했다. 32년 모래와 산 흔적이 거칠어진 손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양산/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담양일본 보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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